대구광역시 시설관리공단 신천둔치주차장“박우기”님을 칭찬합니다.

2011년 11월 6일(일요일)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저는 토, 일요일이면 신천 용두교~칠성교(도청교 혹은 침산교)까지 달리기를 합니다.
일요일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현관을 나서는데 비가 오더군요. 다시 집으로 들어가서 TV를 보다가 7시경 나가니까 비가 계속 오더군요. 다시 8시경 나가니까 보슬비가 오길래 그래도 한번 뛰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차를 몰고 용두교로 갔습니다.
뛰기에는 아주 좋은 쌀쌀한 날씨에 보슬비가 알맞게 내리더군요.
간단한 체조와 함께 신천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달리다가 대백을 지나 동신교 가기 전에 배가 고파옴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동신교 수도꼭지를 부여잡고 물을 들이켰습니다. (평소 8시 30~40분쯤 같으면 왕복 달리기를 마치고 있을 시간임)
그리고는 동신교 주차장에 가면 마라톤동호회원들이 있을꺼라고 생각하고 거기가서 초코파이라도 얻어 먹을거라 생각하며 계속 달렸습니다. 그런데 비가 와서 그런지 한사람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갑자기 배가 더 고파지더군요. 호주머니에는 차량 열쇄만 달랑 있었습니다.
이제는 돌아갈 수도 없고 칠성시장에 가서 해결할려고 칠성시장까지 달려 갔습니다. 짧은 거리지만 온갖 생각이 나더군요.
아침일찍 상인들에게 돈을 빌릴려니 마수걸이도 안했는데 그럴 수는 없고, 그렇다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외상이라고 할 수도 없고……. 이생각 저생각에 칠성시장 상가쪽으로는 차마 발길이 가지않고 어느덧 주차장을 지나갈 무렵 눈에 보이는 것이 주차관리 사무실이 보이더군요.
무작정 들어가니까 한분이 쉬고 계시더군요. 사정 얘기를 하고 돈을 빌려 달라고 하니까 저를 쳐다보더니 돈이 없다고 하시면서 매표소 안에 있는 사람에게 가서 말해 보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다시 매표소에서 일하시는 분에게 사정 얘기를 하고 제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어 드리고 돈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저를 한번 보더니 약간 주춤 하시더군요. 사실 땀과 비에 젖은 몰골을 하고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 준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제게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저는 안 줄 것 같습니다.
저를 한참 보더니 불쌍했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시더군요. 그리고는 얼마가 필요하냐고 하시더군요. 저는 국밥 한 그릇하고 갈 차비를 해야겠기에 1만원을 요구했습니다.
또 한번을 보시더니 흔쾌히 1만원을 주시더군요.
저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족발골목 입구 국밥집에 가서 국밥 한그릇을 하고 용두교까지 걸어 갔습니다.
정말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1만원이면 적은 돈이 아닌데 선뜻 내어주신 박우기님께 거듭 고마움을 느끼면서 꼭 인사하리라 생각하며 용두교까지 걸어서 왔습니다(아침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리고 금방 밥을먹고 뛰면 안 좋을 것 같아서……….)
다시 오후 2시경에 칠성시장 주차장에 가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그분의 명찰을 보고서야 이름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휴대폰을 좀 보자고 하면서 제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서 번호를 찍어 두었습니다.
제가 찾아가니까 책상위에 제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어 둔 것이 그대로 있더군요. 약 5시간 반동안 한번쯤은 전화번호 확인 차원에서 전화를 할텐데 제게 전화한번 안하시고 ……. 제가 찾아가니까 오히려 여러 번 제게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주차장 사무실에 들러서 다른 분에게 소속을 묻고 인터넷을 찾아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이런 분이 계서서 세상은 살맛 나는 겁니다.

시설관리공단 간부님!
비록 제게 이런 일이 생겨서 이분을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내용을 서울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서울이면 턱도 없다면서 대구인심은 아직도 좋다면서 대구인심을 칭찬하더군요.
이분을 통해서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세상은 아직 살맛나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며 제 마음이 부자된 느낌입니다.
시설관리공단 모든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행복하고 건강하십시요.

신천을 사랑하는 대구시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