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아들,딸을 둔 주부이자 직장인입니다.
지난 주말 몹시도 무더운 날씨에 서울에 사는 동생 가족이 휴가 차 대구에 왔습니다.
조카들도 어리고 휴가를 다녀온 뒤 대구에 들린 탓에 또 다른 곳을 가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아 집 근처에 조카들이 놀만한 곳을 찾아봤습니다.
마침, 며칠전 `대백 프라자`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신천에 임시 수영장이 개장한 것을 본 기억이 났습니다.
간단한 간식을 챙겨 `신천물놀이장`을 방문했는데 수질이며 잘 갖춰진 편의시설을 보고 동생 부부와 조카들이 너무 좋아했습니다. 큰조카 둘은 중간 깊이의 풀에서 막내는 앝은 풀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쉬는 시간에 나와서는 누군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형 고등학생 이래\" 하는 거였습니다.
유아들이 노는 풀장 근처에서 유니폼을 입고 휴지도 줍고 물에 떠있는 부유물을 청소하고 있기에 당연히 직원이거나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으로 봤는데 아이들 말을 듣고 나니 계속 눈이 갔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두고 있어 비슷한 또래의 학생을 보면 자꾸만 눈이 가는 습관이 언젠가부터 생겼습니다.
\"고등학생이라면 이 시간에 학원이나 독서실에서 공부를 할 시간인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큰 조카가 \"고모 저 형 봉사하고 있데요. 나도 중학교 가면 봉사활동 해야 한다고 하던데 이런데서 하면 좋겠다\" 라고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오는지 여러 명이 지나가다가 그 학생이 조카를 보고는 반갑게 인사를 하길래 잠시 우리가 있는 곳으로 불러 음료수를 한 잔 주며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같이 있던 동생부부와 저를 부끄럽게 만들기에 부족합이 없었습니다.
동생이 고등학교 봉사자인데 어째서 유니폼을 입고 있냐고 하니까 방학하고 계속 나오고 있어서 직원들이 줬다고 답하는데 그때서야 고등학생 티가 났습니다.
덥고 힘들지 않냐 물었더니 원래는 앞산에 있는 `대덕 승마장`에서 발달 장애우들 말 태우는 재활승마 봉사를 주말마다 하는데 갑자기 코로나가 생겨 신청했던 봉사가 전부 취소되어 여기로 왔는데 피서하듯이 물에서 하니까 좋다고 웃는 것이 아니겠습니까?학원이며 독서실에 간다고 친척이 와도 제대로 나들이도 못하는 아들도 생각나고 \"봉사하면 점심값이랑 교통비는 지급이 되냐\"라고 물었더니 아침마다 부모님이 교통비랑 점심값 주시는데 자기는 봉사가 즐거워서 아깝지 않다고 대답하는 모습에서 선함이 묻어났습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봉사했냐고 물었더니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얼마 못했고 올해는 겨울방학과 주말마다해서 400시간 쯤 된다는 말에 동생이 \"최저임금으로 해도 300만원이 넘는다.\"라고 깜짝 놀랐습니다.
팔공산에 있는 달구벌고등학교에 다니는데 봉사하고 나서 자신이 많이 바뀐 것 같다고 선생님들도 말씀하시고 자기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즐겁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20년 넘게 공직에서 근무하면서 공익근무자며 자원봉사자를 많이 접해 보았지만, 다들 어쩔 수 없이 오거나 의무이기에 하는 사람밖에 보지 못해서 자원봉사자에 대한 인식이 그냥 하라고 해서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신천물놀이장`에서 만난 선함이 느껴지는 고등학생 봉사자를 보고난 뒤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봉사를 한다는 것은 실천하는 사람의 순수하고 선한 의지에 의존합니다. 행정기관을 비롯해 봉사자를 모집하는 각종 단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 선한 의지를 존중하는 자세를 가지면 시면들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줄어들고 더 많은 사람에게 선함이 전해집니다.
오늘 우리가족은 하루를 즐겁게 보낸 비용을 온전히 다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시민의 세금이며 봉사자의 선한 의지에서 나온 땀과 노력을 제공받은 것이며 언젠가는 반드시 갚아야 하는 것이기에 선함이 묻어나는 학생에게 이렇게나마 보답하고 싶습니다.
바라옵건대 이 글을 보시는 대구시설공단 담당자께서는 `신천물놀이장`을 찾은 대구시민을 대신해서 감사의 뜻을 전해주시길 진심으로 당부 드립니다.
정작 학생 이름을 물어보지 못했는데 제가 기억하는 사항이면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달구벌고등학교2학년
- 키가 크고 체격이 아주 좋음
- 여름방학 내내 `신천물놀이장`에서 봉사하고 있다고 함
- 방학 전에는 주말마다 앞산 대덕승마장에서 봉사했다고 함